베게너육아종증이란?
베게너육아종증은 코, 목, 폐, 신장 등에 있는 혈관에 염증이 발생하여 조직이 손상되는 전신성 혈관염입니다. 한마디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혈관이 있는 곳이라면 염증이 침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콩팥에 사구체 신염이 동반될 수도 있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으로 대표적인 약물치료제는 스테로이드제인 소론도정이 있습니다.
이 병은 1936년 독일 의사 베게너가 처음 보고하였고 의사의 이름을 넣어 병명이 지어졌습니다. 주로 백인에게 나타나며 유럽,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국가에서는 드물게 발생합니다. 3~5만 명 당 1명 정도로 드물게 발병하는데 40~50대 중년층에서 잘 발생하지만 어느 연령층에서나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저는 2018년 여름에 베게너육아종증 확진을 받았고 현재 치료 6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아래 증상과 치료 부분에서 저의 경험담을 같이 추가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베게너육아종증의 관련 과는 류머티스내과입니다.
베게너육아종증 원인
원인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고 유전적 발생이나 가족 내 발생 가능성은 적습니다. 발병 원인으로 추정되는 요인은 직업상 또는 환경 오염에 의한 노출, 항암제 같은 약품 노출, 방사선 노출, 자가 면역 질환 등입니다. 발병 원인을 알면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분류되지 않았겠죠.
베게너육아종증 증상
베게너육아종증의 특징은 혈관염과 육아종의 발생입니다. 육아종이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백혈구가 덩어리진 것으로 면역체계가 어떤 외부에서 침범한 물질을 제거하고자 하나 제거할 수 없을 때 생깁니다.
전신에 발병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보통 코를 비롯한 상기도, 폐, 신장의 문제를 보입니다.
상기도에서 코의 경우 축농증, 코피, 고름, 코가 주저 않는 안장코가 생길 수 있고 눈의 경우 포도막염, 결막염, 안구 돌출, 눈으로 가는 정맥의 혈전증, 귀의 경우에는 중이염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관지 및 폐의 증상은 기침 가래, 각혈, 호흡 곤란, 늑막염이 생길 수 있고 신장 침범 시 혈뇨나 단백뇨가 발생합니다.
관절염, 근육염, 근육통 등의 근골격계 질환, 발열, 체중 감소와 자반증, 수포, 농포 등 피부 질환 그리고 두통, 뇌막염, 뇌출혈, 뇌경색, 간질 등 중추신경계 질환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환자분은 베게너육아종증입니다(경험담)
저 같은 경우는 확진 전 1년 정도 자각할 만한 증상이 시작되었지만 언제 발병한 것인지 정확한 시기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다음은 확진 전 발생했던 증상들입니다.
어느 날 중이염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릴 적에도 생겼던 기억이 별로 없던 중이염이 일반 치료 방법으로는 잘 낫지 않고 그로 인해 청력이 저하되어 바로 앞에서 하는 말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이명과 이관개방이 동시에 시작되었구요.
이비인후과에 엄청 다녔고 스테로이드제를 단기 복용하면 금방 청력이 올라오지만 줄이면 또 바로 떨어지기를 반복했습니다. 반복되는 중이염으로 귀에 튜브를 삽입하여 공기 구멍을 만들어준 상태로 지냈습니다.
코부분은 쭉 괜찮다가 확진받기 조금 전부터 비염이 심해져 응급실에 가기 직전에는 냄새도 맡지 못하고 호흡이 힘들 정도로 코가 막힌 상태였습니다. 코피도 자주 나서 혈관을 여러 번 지지기도 했구요.
눈질환도 있었습니다. 결막염에 포도막염이 생겨 안과에도 다녔었고 마른 기침이 지속되었습니다. 38도 이상 발열이 되어도 정작 저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감각 기관에도 이상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피부에도 자반증 같은 것이 가끔 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근육통, 관절염, 두통 등의 온몸 통증과 몸살기가 심해 몸에 무엇이라도 스치면 너무 아팠고 통증 때문에 하루라도 소염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날이 지속되었습니다.
조금만 움직이면 바로 무릎이 붓거나 발목에 염증이 생겼고 몸무게는 2킬로그램 정도 빠졌었습니다. 멍도 잘 들었고… 지금 생각해보니 어떻게 그 날들을 버텼었는지….
저렇게 다양한 증상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생겼지만 관련된 병원들만 따로 따로 다니면서 해당 증상에 대한 국소적인 약물 처방을 받았습니다. 이비인후과, 안과, 귀전문병원, 정형외과, 막판에는 한의원까지…. 지금 생각하면 내과에 가서 먼저 피검사를 했었어야 하는 생각이 듭니다.
코막힘으로 호흡이 쉽지 않아 응급실에 갔는데 비염은 만성이라며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는 듯 했고 잦은 기침 때문에 폐사진을 찍은 결과 폐렴이란는 진단이 나와 입원 치료를 하였습니다.
가래는 전혀 없었는데 폐렴이었습니다. 폐렴 치료를 하였지만 열이 떨어지지 않아 이것 저것 관련 검사를 하여 결국 베게너육아종증이라는 확진을 받게 되었습니다.
폐렴보다도 심각했던 것은 심장을 둘러싼 대동맥의 염증 정도였습니다. 가슴이 수시로 꿀렁거렸던 것이 그 이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혈관 상태가 엄청 안 좋았던 모양입니다. 목숨과 직결되어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확진과 동시에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며 해당 부분이 호전될 때까지 약 4주간 입원해 있었습니다.
현재는 코부분 연골 조직이 상하여 해당 부분이 약간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안장코까지는 아니더라도 외형상 변화를 느낄 정도이고요 현재 스테로이드제 3알은 격일로 복용하고 면역억제제 3알은 매일 복용 중입니다.
베게너육아종증 진단
침범 기관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여 진단 방법 또한 다양합니다. 베게너육아종증으로 확진하기 위해 하는 필수 검사로는 혈액 검사, 영상학적 검사, 조직 검사 등과 임상 진단입니다.
혈액 검사 상 염증 수치가 증가하고 혈소판이 감소하며 Anti-PR3 ANCA 항체가 양성이 됩니다. ANCA 수치가 중요한데 치료 시에도 이 수치가 치료 정도를 판단하는데 주요 기준이 됩니다. 저 역시 혈액 검사 결과에서 ANCA 수치가 엄청 높았었습니다.
영상학적으로 흉부 방사선과 흉부 CT를 찍을 필요가 있기도 하고 소변 검사를 시행합니다. 확진을 위해서는 조직 검사를 하는데 보통 코나 폐 조직을 떼어냅니다.
코 속이나 폐 조직을 떼어내서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많은 육아종이 보이고 혈관에 염증 세포가 침범한 경우에는 조직이 괴사하기도 합니다. 즉, 괴사성 육아종성 혈관염 소견이 있으면 베게너육아종증으로 진단됩니다.
5년 후 재등록이 필요한 때는 임상 진단으로 주치의가 결정합니다. 현재 산정특례가 적용되어 진료, 검사, 약제비 등의 10%만 부담하고 있습니다. (관련 글 : 희귀질환 산정특례 신청과 갱신 방법)
베게너육아종증 치료 방법
예전에는 환자의 10%만 2년 정도 생존할 정도로 생명 예후가 나빴지만 현재는 스테로이드제와 면역억제제의 사용으로 5년 생존율이 80%이상입니다. 약물을 줄여가는 과정에 재발을 하기도 하지만 꾸준히 치료하면 90% 이상 환자가 증상이 보이지 않는 관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ANCA를 제거할 목적으로 급성기나 조기에 혈장교환요법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베게너육아종증 치료과정, 복용약 부작용(경험담)
치료 과정
확진 후 10알의 스테로이드제와 면역억제제를 복용했습니다. 이후 점점 스테로이드제를 반알씩 줄여가며 면역억제제를 뺐습니다. 스테로이드제 복용량이 줄면서 재발하여 또다시 스테로이드제 10알부터 복용을 시작했고 처음과 같은 방법으로 치료하던 중 전원을 하며 치료법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면역억제제와 스테로이드제를 같이 복용하며 현재 면역억제제 용량은 유지하며 스테로이드제를 줄이는 과정에 있습니다.
내원할 때마다 피검사를 하고 있고 3개월에 한 번씩 골다공증 주사를 맞습니다. 주기적으로 골다공증 검사와 조영제를 투여한 심장CT를 찍어 심장대동맥을 둘러싼 염증의 정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복용약
- 소론도정 : 소론도정은 부신피질호르몬제로 스테로이드제라고 알려져 있는 약입니다. 만성 염증, 피부 질환, 기침, 알러지 질환에 처방됩니다. 부작용도 많지만 환자를 구하는데 필수적인 약물입니다. 처음에는 고용량으로 면역억제제와 함께 사용하다가 질병 상태가 완화되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도록 점차 저용량으로 줄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이뮤란정 :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 면역 질환 치료에 사용하는 면역억제제입니다. 장기를 이식한 후 거부 반응을 예방하는데 주로 사용됩니다.
- 디카맥스 1000정 : 칼슘보급제로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 중 하나인 골다공증 때문에 처방되었습니다.
- 쎄레브렉스 캡슐 200mg : 소염 진통제로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등 질환에 사용합니다. 소론도정의 효력이 떨어지는 시간대에 생기는 몸살기 때문에 처방되었습니다.
스테로이드제 소론도정과 면역억제제 부작용
소론도정은 염증을 없애주는 고마운 약이지만 반면에 많은 부작용이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 무혈성 골 괴사, 백내장, 녹내장, 동맥경화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알려져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약을 먹은 후 약 한달이 지나서부터 슬슬 부작용들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유명한 문페이스는 기본이고 손도 붓고 배도 아랫배 위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몸무게는 차곡 차곡 늘어서 치료 6년차인 현재 10킬로그램 정도 불어있습니다. 밤에 두 시간 간격으로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잇몸이 많이 내려 앉았습니다. 녹내장, 백내장, 골다공증도 생겼습니다.
털이 많아지는 느낌이었는데 어느날 탈모도 시작되어 머리카락의 반은 빠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머리카락들은 다시 나서 원상태를 회복했습니다. 저의 경우 워낙 고용량을 장기 복용했기 때문에 다양한 부작용들이 생겼지만 이비인후과에서 2주 정도의 단기 복용했을 때는 괜찮았습니다.
면역억제제 부작용은 아무래도 면역기능 저하로 인해 감기에 한 번 걸리면 거의 만성으로 연결됩니다. 기관지염을 1년 넘게 달고 살고 축농증이나 비염들도 오래 갑니다. 바깥 생활 시에는 가급적 마스크를 끼고 생활합니다.
그리고 백신 접종 시 주치의 선생님과 상의해야 합니다. 생백신은 접종 불가하기 때문에 사전에 맞아도 되는지 문의해야 합니다.
(출처 :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대구대학교 특수교육재활과학연구소 베게너육아종증 논문, 아산병원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