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에서 꼭 가볼만한 곳 ‘박경리문학공원’

부모님 모시고 떠났던 2박 3일 원주여행의 마지막 날 방문지는 박경리문학공원이었다. 박경리 선생님께서 토지를 집필하셨던 바로 그 공간이 원주에 있었다. 내 방 책꽂이에 꽂혀있는 토지 시리즈를 보면 항상 뿌듯한 대 바로 그 책이 완성되었던 역사적인 공간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었다. 일찌감치 토지를 완독하신 어머니께 특히 의미있는 여행지가 아니었을까 한다.

박경리문학공원

박경리 문학의 집

박경리문학공원 앞에는 무료주차공간이 있는데 자리가 많지는 않고 평일 오전 시간대라 주차가 가능했다. 주말에나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는 주변에 알아서 주차를 해야 할 것 같다. 주차를 한 후 바로 박경리문학공원으로 들어가면 왼편으로 5층 짜리 건물이 있다. 이 곳이 박경리 문학의 집이다.

2층으로 올라가면 전시 공간이 시작된다. 계단이나 데크로 올라가면 입장할 수 있다. 2층에서는 박경리 선생님의 삶을 연표로 보여준다. 사진과 시도 벽에 걸려있는데 들어가자 마자 눈에 띄는 시가 있어 적어본다.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산다는 것 중>

3층은 토지 전시실이다. 전시가 시작되는 곳에 자필 원고가 있는데 인쇄된 활자 속 토지가 아니라 살아있는 토지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라 감동이었다. 전시실 내부로 들어가면 토지의 등장인물 관계도와 시대적, 지리적 배경 그리고 요약된 줄거리 등을 볼 수 있다. 토지를 읽어 본 사람은 기억을 새롭게 꺼낼 수 있고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떤 내용인지 파악할 수 있도록 잘 정리되어 있다.

4층은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들을 쭉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책 겉표지들이 크게 인쇄되어 있는데 갖고 있는 책들을 전시 공간에서 만나게 되니 반가움이 앞섰다.

5층은 세미나실로 운영되는 공간이다.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이 불편하신 분들이라면 2층에서 입구 왼쪽편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 관람을 시작하며 한 층씩 내려오는 것도 관람팁이라 할 수 있겠다.

바깥으로 나와 1층에 있는 기념품을 파는 곳으로 들어가 보았는데 이곳은 사무 공간이기도 하다. 책갈피와 좋은 문구가 프린트된 머그컵, 그리고 예쁜 색 표지를 입힌 특별판 도서를 구매할 수 있었다.

박경리선생님 옛집

박경리 문학의 집을 나오면 오른편에 박경리선생님의 옛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진입로가 나온다. 정말 옛날 이층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은 집이다. 계시냐고 인기척을 하면 박경리 선생님께서 현관문을 열고 나오실 것 같은 느낌이다. 집 앞쪽으로는 너른 마당이 있는데 박경리 선생님과 고양이의 조각상이 있고 그 옆에는 텃밭이 위치하고 있다.

옛집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옛날 가전제품들. 생활용품들, 세월이 느껴지는 나무 책상, 쌓여있는 수많은 책들, 집필하시던 공간, 마루의 쇼파들이 그대로 있어 박경리 선생님을 진짜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아 들뜬 마음이 되었다. 이 집은 국내 유명 건축가가 설계하고 디자이너가 공들인 곳으로 박경리 선생님의 집필 공간이자 동료 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커뮤니티 공간이었다고 한다.

2층에도 올라가 보려고 했지만 안전상 문제로 공개하고 있지 않았고 특별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을 때만 열리는 공간이라고 한다.

참고로 박경리 문학의 집과 옛집 모두 12시에서 13시 사이는 점심 시간으로 문을 닫는다. 그리고 해설사 분이 입구에 앉아 계시는 데 원래는 예약해야 해설을 들을 수 있지만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다른 방문팀이 없어서 옛집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박경리 선생님이 원주에 자리잡게 되신 이유는 딸이 근처에 살고 계셨기 때문이란다. 안 그래도 통영에 박경리기념관이 있고 통영에서 태어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멀리 떨어진 원주와는 무슨 관계인지 궁금했었는데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그 이유에 더하여 박경리 선생님은 원주 자체를 많이 사랑하셨다고 한다. 원래의 대지 즉 본질적인 땅이라는 의미인 ‘원주’에 터를 잡으시고 토지를 완성하셨기에 이름이 갖는 의미가 더 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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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서희, 맛집 토지옹심이

박경리문학공원 내에는 원형의 카페가 있는데 이름이 예쁘다. 카페 서희. 카페 안에서 차를 마시지는 않았지만 음료를 테이크아웃하였는데 메뉴 이름도 특별하다. 대표 메뉴로는 광복, 서희, 토지가 있다. 작품 토지에 아주 충실한 이름들이라 마음에 든다. ㅎㅎ

‘광복’은 복분자에 레몬이 섞인 상큼한 아이스티이다. 아래까지 잘 섞어 마시면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 ‘서희’는 우유와 쑥향이 나는 크림이 가득하다는데 내가 좋아하는 조합은 아니라 시키지 않았다. ‘토지’는 군고구마 라떼로 고소한 맛이 나는데 땅에서 나는 고구마가 재료로 쓰여 음료 이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뽀너스 정보! 도보로 약 3분 거리에 ‘토지옹심이’라는 음식점이 있는데 부모님께서 제대로 된 옹심이를 드셨다고 아주 만족해 하셨다. 옹심이 국물이 감자스프같이 걸쭉하고 진한데다가 옹심이의 씹히는 맛이 아주 일품이다. 옹심이 말고 막국수도 파는데 간이 세지 않고 뒷 맛이 깔끔하다. 감자전도 아주 바삭하고 고소하게 잘 부쳐져 나온다. 원주 맛집으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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