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본능 / 크리스토프 드뢰서
챕터 : 닥터, 닥터 – 음악과 건강
음악본능은 독일의 과학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프 드뢰서의 저서로 음악을 다각도로 고찰해 보며 뇌 안에 잠재되어 있는 ‘음악본능’을 찾아 나선 책이다. 음악치료에 사용되는 음악의 힘에 대해서 사례별로 알아보고 그 한계도 짚어 준다. 음악본능은 2015년에 출간된 책이었는데 음악치료에 관심이 생겼던 2019년에 읽게 되었다. ‘닥터, 닥터 -음악과 건강’이라는 아홉번 째 챕터에 관련된 내용들이 있어 소개해 본다.
음악본능 목차
- 음악은 인간의 축복-누구나 음악성은 있다
- 진화의 산물-음악은 어디에서 왔을까?
- 잘 들어봐, 바깥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는지-귀에서 뇌로
- 천국으로 이어진 계단-박자와 음계
- 피아노 정도는 칠 줄 알아야 한다는데-음악적 재능이란 무엇일까?
- 느낌-음악과 감정
- 논리적인 노래-음악의 문법
- 너를 내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 없어-음악적 취향은 어디에서 기원할까?
- 닥터, 닥터-음악과 건강
- 세상에 노래를 가르치고 싶어-음악 수업의 효과
음악본능 9챕터 중에서
음악에 치료 효과가 있다는 점은 플라톤 시대 이래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음악과 리듬은 영혼의 가장 내밀한 곳까지 도달한다”고 플라톤은 말했다. 환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적절히 하나 선택하여 보조 수단으로 삼으면 어떤 치료든지 효과가 향상된다. p.387
“경험적으로 검증된 치료 개념과 음악의 작용 원리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독일에서 음악치료를 주도하는 것은 여전히 분파에 얽매인 생각과 최근에 강해진 절충주의다” 독일 막데부르크 대학의 토마스 뮌테도 “음악치료계는 낭만적인 상상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하노버 대학의 음악 학자 에카르트 알텐뮐러는 음악치료가 현재의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이델베르크에 위치한 독일 음악치료 연구센터 DZM의 목표는 과학적 증거에 기초한 음악치료, 즉 엄밀하게 통제된 연구의 대상이 되기를 꺼리지 않는 음악치료를 지원하는 것이다. 센터 소장인 한스 폴커 볼라이는 음악치료가 다른 치료법들보다 일방적으로 우수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음악치료로 불리는 일부 방법들은 기껏해야 심리적 건강에만 도움이 됨을 인정하고 그것을 그는 음악적 민간 요법이라 부르며 큰 돈을 벌 수는 있겠지만 치료 효과는 거의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p.389
볼라이는 음악치료는 세 부류로 나눈다. 1. 증거에 입각한 의학 기법들을 활용하며 최근에는 음악이 뇌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영상화 기술까지 이용한다. 뇌졸중, 이명, 만성 통증에 대한 음악치료 효과는 데이터에 의해 입증되어 있다. 2. 심리 치료의 일환으로 쓰인다. 대조군과 플라시보 효과를 통해 과학적으로 평가된다. 3. 음악을 이용하는 다양한 고전적 심리치료분파로 주로 사례를 통해 자신의 효과를 입증하려고 한다. p.390
음악을 직접하는 능동적 치료는 뇌의 구조를 변화시키는데 이 사실은 특히 뇌의 가소성을 이용할 때 중요하다. 특정 음악을 들으면 치료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은 사기이다. 음악 효과는 개인의 문화적 경험에 의존하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 없다. 음악은 단순히 기분전환용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신체의 고통을 검증 가능하게 치유하고 경감시킨다. 특히, 뇌졸중이나 퇴행성 질환으로 인한 뇌 손상 환자들에게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p.391
음악의 지원을 받는 훈련 MUT는 전통적 방법 (물리치료, 작업치료)보다 효과가 좋다. 막데부르크 대학에서 MUT연구의 임상 부문을 감독한 의사 토마스 뮌테는 운동 장애 환자들의 3분의 1에게 음악치료가 필요하다고 추정한다. 효과가 좋은 이유는 음악이 뇌 전체가 관여하는 형상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청각기관, 운동기관, 감정, 지성도 활성화된다. p.394
실어증 환자들은 좌뇌반구의 브로카 영역에 손상이 있어 말을 하지 못 한다. 멜로디 억약 치료법 (Melodic Intonation Therapy ; MIT)는 파괴된 브로카 영역의 언어능력들을 우뇌반구의 한 구역이 넘겨받게 하는 효과를 가져와 그곳에서 처리하여 말을 하도록 한다. 모든 언어 치료사가 이 치료법을 잘 알아야 마땅하다. p.396
위 두 가지 뇌졸중 치료법의 효과는 입증되지만 정확히 어떻게 재활에 기여하는 지는 추측만 가능한 상황이다. 리듬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리듬 청취는 뇌졸중 환자의 불안한 걸음걸이를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p.397
이명 발생에 대한 지식은 아주 빈약한데 청각 기관 손상이나 돌발성 난청, 속귀의 질환, 고혈압 결과 등등도 마찬가지이다. 기존에는 청각 세포들이 오작동하여 머릿속 휘파람 소리를 ‘만들어 낸다’고 하였다. 즉, 거짓 신호를 뇌로 보낸다는 것이 정설이었으나 신경 세포와 뇌를 잇는 ‘전선’의 활동이 없을 때도 휘파람 소리가 나는 것이 뇌촬영을 통해 드러났다. 소리는 귓속이 아닌 머릿속에서 발생한다. p.399
여러 처방법이 있지만 효과가 입증된 방법은 없다. 그나마 가장 효과적인 것은 작은 음향기기가 내는 소음으로 머릿속 소리를 덮어버려 불쾌감을 줄이는 것이다. DZM에서는 이명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집중하고 듣기를 새로 학습하는 연구를 하여 효과를 봤다. 넓은 주파수가 아닌 청명한 음을 듣는 환자에게 효과적이었다.
사인음파발생기로 불괘한 이명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음을 외부에서 반복적으로 들려주면 ‘내부’의 음이 외부에서 들려오는 음에 자리를 내줄 수 밖에 없다. 그 이후 내부 음이 변덕스러워지는데 이명의 음높이가 오르락내리락하고 머릿속 위치도 바뀐다. 그 이후로 그 음에 맞춘 음악을 제작하고 들으면서 그 특정 주파수 범위를 듣는 능력을 새로 훈련하거나 이명음을 스스로 발성하여 공명을 일으키는 훈련도 한다. p.401
음악치료는 사회성이 없어 언어를 통해서는 거의 다가갈 수 없는 자폐인과 접촉하는 길의 구실을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자폐아를 연구해 온 런던 대학의 파멜라 히턴은 “우리가 비언어적이며 효과적인 음악 수업을 개발할 수 있다면 자폐아들이 어떻게 학습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지를 어쩌면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p.405
음악이 다양한 의학적, 심리학적 치료에 적합한 이유는 음악은 뇌 전체의 활동을 유도하기 때문에 뇌 부분들의 협응에 문제가 있는 환자의 치료에 적합하다. 또한 감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심리치료의 보조 수단으로 적합하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접착제이기 때문에 사회적 장애에 대한 치료에도 적합하다. p.407
음악성을 계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음악에 충분히 오래 노출되는 것 뿐이다. 나머지는 뇌가 자동으로 해낸다. 존 슬로보다는 “전문성의 수준은 해당 인지 활동을 한 기간에 비례하는 듯하다”라고 말한다. 연습은 기억을 다지고 뇌에 패턴을 새긴다. p.415
“신경의 재구성을 유발하는 자극 가운데 우리가 아는 가장 강한 자극은 음악이다”라고 에카르트 알텐뮐러는 말한다. p.440
작가 크리스토프 드뢰서는 독일 주간지의 과학 담당 편집자이다. 그는 음악본능을 저술하며 주로 미학적이고 감성적 영역에서 다루어졌던 음악을 과학적인 영역에서 분석했다. 누구나 음악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수동적 음악 듣기에서 능동적 음악활동을 통해 당장 음악본능을 깨우라고 권한다.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이 음악본능의 영향이었나? 특히 흥이 많고 노래하기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이러한 음악본능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