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어페어 그러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러브어페어 뜻은 사전에 보면 연애, 정사, 열정 등이다. 하지만 예문에서 have an love affair를 사용하여 ‘바람 피다’의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지만 영화의 시작 부분이 그런 의미의 러브 어페어이긴 하다. 비행기 안에서 눈이 맞는 두 주인공. 하지만 두 사람 역시 각자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들이 있던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제목에 집중해서 보면 영화 속의 아름다운 장면과 거장이 만든 배경 음악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으니 그냥 보자. 내용상 현대판 막장이 전혀 등장하지 않으니 안심해도 되고 주인공의 약혼자들도 쿨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안타깝고 아름다운 스토리와 따뜻한 장면들 그리고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영화 음악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영화 러브어페어는 1939년, 1957년작도 있지만 계속 조금씩 개작되었고 가장 마지막 영화는 아네트 베닝과 워렌 비티 주연의 1994년작이다. 실제로 두 배우는 부부였고 할리우드의 유명한 바람둥이였던 워런 비티가 아네트 베닝을 만나면서 그 생활을 청산하고 현재까지도 잘 살고 있으니 제작자였던 그의 자전적 이야기로 여겨지기도 한다.
비행기에서 내려 헤어지면서 두 주인공이 서로 건내는 대사인 “I like watching you move” 가 이렇게도 설레는 문장이었나? 대사를 내뱉는 아네트 베닝의 중저음 목소리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러브어페어 장면 베스트 5
영화 흐름에 따라 골라 본 베스트 장면 첫 번째는 ‘테리 맥케이’이다. 비행기 고장으로 섬에 비상 착륙하게 되고 근처에 있던 러시아 여객선으로 승객들이 옮겨 타게 된다. 그 여객선에서 선상 파티가 열리는 데 이 떄 검은색 민소매 바지 투피스를 입고 홀의 중앙 계단을 내려오는 테리 맥케이 (아네트 베닝 역)는 정말 여신이 따로 없을 정도로 우아하고 아름답다.
두 번째 장면으로는 ‘피아노 솔로’이다. 마이크 갬브릴 (워렌 비티 분)과 테리는 마이크의 고모님이 사시는 타히티로 향한다. 유명한 고전 배우 캐서린 햅번이 고모역을 맡았는데 당시 87세이셨다. 캐서린 햅번이 연주하는 러브 어페어 테마곡 피아노 솔로의 반주에 맞추어 아네트 베닝이 허밍을 하는 장면은 최고다.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피아노 솔로의 서정적인 선율과 두 배우의 합이 그렇게 잘 맞을 수가 없다.
세 번째 장면은 ‘I WIll’이다. 테리가 아이들과 함께 부르는 비틀즈의 ‘I Will’은 천사들의 합창이 따로 없다. 주인공의 사정을 알기에 더욱 가사가 마음에 와 닿는다.
For If I ever saw you, I didn’t catch your name. But it never really mattered, I will always feel the same 만약 내가 당신을 봐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별로 문제되지 않아요, 왜냐하면 내 감정은 항상 그대로이니까요
And when at last I find you, your song will fill the air. Sing it loud so I can hear you. Make it easy to be near you. 내가 마지막으로 당신을 찾을 때 당신의 노래는 세상에 울려 퍼질거예요. 당신 노래를 더 크게 불러주세요. 당신의 소리가 들리게. 더 쉽게 당신에게 다가갈 수 있게
For the things you do endear you to me. Oh, you know I will. I Will~~~ 당신이 하는 모든 것들이 당신을 더 사랑하게 만들어요. 알잖아요. 나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네 번째 장면은 ‘거울에 비친 그림’ 이다. 마이크가 자신이 그렸던 그림의 행방을 알게 되는 장면에서 거울을 사용하여 상황을 더 극적으로 만든다.
마지막 장면은 영화의 포스터이기도 한 마이크와 테리가 재회의 키스를 할 때 흐르는 눈물이다. 아네트 베닝의 감은 눈에서 또르르 흘러내리는 눈물이 그간의 참아왔던 가슴 아픈 사연과 그것으로부터의 해방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
러브어페어 ost와 음악 감독 엔니오 모리꼬네
러브 어페어 ost는 팝과 영화 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작품들로 구성되어있다. 엔니오의 유명한 작품들 중 러브 어페어 삽입곡은 국내에서만 인기를 끌었다는 이야기도 있기는 하다. 영화 자체가 국내에서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해외에서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유가 아닌가 싶지만 어쨌든 명곡이다.
영화 중 삽입된 곡들과 해당 장면의 전후 스토리를 곡의 제목과 비교하여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토리 전개와 예고 그리고 주인공에게 하고 싶은 말을 삽입곡 제목으로 대신하는 위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영화의 시작과 함께 흘러나오는 Bobby Short의 ‘Changes’는 워렌 비티의 약혼 소식이 발표되는 TV 장면에서 나온다. 곧 바뀔 운명에 대해 노래를 통해서 예고하고 있다. 가사 중 change가 수십 번도 더 나온다. ㅎㅎ
Louis Jordan의 ‘Life is so peculiar’는 여객선에서 두 주인공이 보내는 시간에서 나온다. 어떻게 흐를지 알 수 없는 인생을 노래하는 곡을 해당 장면에 쓴 게 재치있다.
Louis Jordan의 ‘Never let your left hand know, what your rights hand’s doing’은 여객선과 타히티 섬에서 사랑이 깊어져 가는 시간을 보낸 두 주인공이 비행기에서 나오면서 헤어질 때 깔리는 음악이다. 이 또한 웃음이 나오는 포인트이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니 ㅎ
Ray Charles의 ‘The Christmas Song’은 실제로 콘서트에서 레이 찰스가 직접 공연하는 멋진 장면이다. 아이들과 아네트 베닝이 함께 부르는 ‘I WIl’도 마음이 따뜻해 지는 곡이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인기곡 중 하나인 Piano Solo는 다양한 변주로 영화 속에서 계속 흐른다. 가장 압권은 아네트 베닝의 허밍과 캐서린 햅번의 피아노 연주에서 나온 곡이 아닐까 한다.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 Love Affair가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워렌 비티는 엔니오를 너무 존경하여 그가 제작하는 다음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작곡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엔니오를 만나러 런던으로 직접 날아갔었다고도 한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영화에 숨을 불어넣는 영화 음악 작곡가이자 배우들도 반하게 하는 거장임에 분명하다.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다시 한 번 사랑 고백 장소로 등극시키고 ost가 일품인 영화 러브어페어를 주말에 또 다시 꺼내 봐야겠다.